올해 2월20일, 자동차기자협회가 주최한 ‘2020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그날은 동시에 기아차 신형 쏘렌토의 사전계약 시작날이기도 했습니다.
이날만 해도 기아차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신형 K5는 올해의 차 대상, 올해의 디자인 등 2관왕에 올랐죠. 이날 시상식에서 권혁호 기아차 부사장은 “신형 쏘렌토가 오후 2시 기준 1만7000대 정도 사전계약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는 사전계약 첫 날 총 사전계약 대수는 1만8800대, 이 중 하이브리드는 1만2000대 정도로 집계됐습니다.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공식석상에서 발표(?), 자랑(?)을 할 정도로 좋은 소식이었던거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날에 벌어집니다. 바로 쏘렌토 하브가 정부의 하이브리드 연료소비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겁니다. 1000~1600cc 미만은 연비가 15.8을 넘어야 하는데 1598cc의 쏘렌토 하브는 15.3이었던 거죠.
쏘렌토가 연비를 0.5 이상 높이던가 아니면 배기량을 2cc 이상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거죠. 결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거였죠.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21일 오후 4시 하브 사전계약은 중단됩니다.
결국 기아차는 쏘렌토 하브 계약자에 친환경차에 부여되는 세제를 부담하겠다는 공지를 합니다. 개별소비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가치세 13만원 등 143만원에 취득세 90만원 등 1인당 233만원이었죠. 쏘렌토 하브가 6월까지 6796대를 판매했으니 최소 156억원, 최대로 잡으면 약 300억원쯤 됩니다. 이 사태 때문인지 박한우 전 사장은 3월 말 인사에서 고문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쏘렌토 하브는 지난 9일 다시 계약을 재개합니다. 첫날 4000건의 계약이 몰렸고 이후 하루에 약 1000건 내외의 계약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대략 1만건 정도 되었겠네요.
가격은 프레스티지 3600만원, 노블레스 3880만원, 시그니처 4150만원, 그래비티 424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개소세 30% 감면 가격을 적용하면 3534만~4162만원 정도 됩니다. 가격은 사전계약 때 공지했던 가격에 50만원이 올랐습니다. 개소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세 143만원 중 기아차가 93만원을 감당하고 나머지 50만원을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래비티 트림을 추가하면서 시그니처보다 90만원을 인상된 금액으로 결정했습니다. 디젤 모델에는 그래비티 트림이 없는 걸 감안하면 하브 사태(?)로 입었던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취득세 90만원은 고객이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기아차의 실수로 인해 기아차는 수백억원의 손실과 이미지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났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하이브리드 인증 기준은 통과하지 못한 차량을 타야합니다. 게다가 이번에 계약한 고객은 취득세 90만원에다가 가격인상분 50만원 등을 최소 140만원을 사전계약자에 비해 더 지출해야 합니다.
게다가 사전계약이 진행됐던 2월에는 개소세가 70% 인하됐지만 지금은 30%죠. 그 플러스 알파까지 고려하면 사전계약 기간 하브를 샀던 고객이 ‘승자’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결국 있어서는 안될 에러로 인해 기아차와 고객 모두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그나마 라이벌 싼타페 하브가 내년 출시라 올해는 쏘렌토 하브가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자동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다의 CR-V 터보 포토세션에 가보다 (0) | 2020.07.25 |
---|---|
늘어나는 테슬라, 충전 문제는 어떻게? (0) | 2020.07.21 |
싼타페냐 쏘렌토냐…그것이 문제로다 (0) | 2020.07.18 |
쏘나타-K5 아성에 도전하는 르노삼성 ‘SM6’ (0) | 2020.07.18 |
지프 랭글러, '편한 차'는 아니지만 특유의 매력이 (0) | 2020.07.16 |